<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 예레미야 23장 1-6절 …. [1] “이 저주받을 것들아, 양떼를 죽이고 흩뜨려버리는 목자라는 것들아, 야훼의 말을 들어라. [2] 내백성을 칠 목자들에게 이스라엘의 하느님으로서 말한다. 내 양떼를 돌보아야 할 너희가 도리어 흩뜨려서 헤매게 한, 너희의 그 괘씸한 소행을 어찌 벌하지 않고 두겠느냐! 똑똑히 들어라. [3] 나 비록 나의 양떼를 이 나라 저 나라로 헤매게 하였지만, 그 중에서 살아 남은 것을 모든 나라에서 본래의 목장으로 다시 모아 들여 크게 불어나게 할 것이며, [4] 그들을 위하여 참 목자들을 세워주리라. 그러면 내 양떼는 겁이 나서 무서워 떠는 일 없이 살 것이며,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리라. 이는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 [5] 내가 다윗의 정통 왕손을 일으킬 그 날은 오고야 만다. 이는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 그는 현명한 왕으로서 세상에 올바른 정치를 펴리라. [6] 그를 왕으로 모시고 유다와 이스라엘은 살 길이 열려 마음놓고 살게 되리라. ‘야훼, 우리를 되살려주시는 이’ 라는 이름으로 그를 부르리라.
* = *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의 전통은 성서에 토대하지도 않고, 교회관습에 토대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 교황 비오11세가, 영육간에 온 인류의 통치자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함께 기념하여 떠받드는 날을 가지자고 제안하여, 모든 예전적교회들이 동의함으로써 지키게 된 절기입니다.
이 전통이 생기게 된,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인류는 민족주의로 세상을 지배하려던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났고, 전체주의, 또는 유물사관에 기초한 이념으로 만민을 지배하려던 세력이 날뛰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세상을 통치하실 분은 오로지, 인류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던 예수 그리스도 밖에는 계시지 않다는 것을, 교회는 인류 앞에 선언했습니다. 그리하여 교회력의 최종주일인 오늘을 택해서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이라고 정했던 것입니다.
오늘의 구약 본문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워진 대제사장들과 예언자들과 왕들마저도 인류를 똑바로 책임있게 인도하지 못할 때에, 하느님께서는 진정한 인도자인 메시아를 보내 주실 것을 약속하신 예언입니다. 그가 영원한 왕으로 오셨던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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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 } 골로사이 1장 15-20절 …. [15] 그리스도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형상이시며 만물에 앞서 태어나신 분이십니다. [16] 그것은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 곧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왕권과 주권과 권세와 세력의 여러 천신들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모두 그분을 통해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만물은 그분을 통해서 그리고 그분을 위해서 창조되었습니다. [17] 그분은 만물보다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으로 말미암아 존속합니다. [18] 그리스도는 또한 당신의 몸인 교회의 머리이십니다. 그분은 모든 것의 시작이시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최초의 분이시며 만물의 으뜸이 되셨습니다. [19]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완전한 본질을 그리스도에게 기꺼이 주시고 [20] 그리스도를 내세워 하늘과 땅의 만물을 당신과 화해시켜 주셨습니다. 곧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의 피로써 평화를 이룩하셨습니다.
* = * 이 서신본문이야말로 우리들의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왜 최고의 임금이시며, 영원한 통치자가 되시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과 동등하신 신격을 지니시고,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실 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시어, 만물을 창조하셨고 다스리시는 분입니다.
더구나 죄로 말미암아 멸망의 운명 속에 있었던 이 피조세계의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하느님과 인류 사이에 화해자로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에 달려 피를 흘리신 분이셨습니다. 세상의 지배자들과는 격이 다르고 본질이 다르신, 우리의 영원한 왕이 되실 절대적 자격을 지니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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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 루가복음서 23장 36-43절 …. [36] 군인들도 또한 예수를 희롱하면서 가까이 가서 신 포도주를 권하고 [37] “네가 유다인의 왕이라면 자신이나 살려보아라.” 하며 빈정거렸다. [38] 예수의 머리 위에는 ‘이 사람은 유다인의 왕’ 이라는 죄목이 적혀 있었다. [39]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죄수중 하나도 예수를 모욕하면서 “당신은 그리스도가 아니오? 당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40] 그러나 다른 죄수는 “너도 저분과 같은 사형 선고를 받은 주제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41] 우리가 한 짓을 보아서 우리는 이런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저분이야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 라고 꾸짖고는 [42]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43] 예수께서는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갈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 = * 예수님께서 인류의 왕이 되신 것이, 십자가에 달려서 대속의 제물로 운명하시던 날이었다면, 그의 왕국의 첫 시민은, 같은 날 십자가 형틀에 달려 죽어가고 있었던 한 죄수였다고 보이지 않습니까? 그는 예수님께서 무죄하신 분이심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시면 하늘로 오르실 것과, 예수님의 왕국이 하늘에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 예수님께 간구했습니다.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라고. 언제 예수님께서 왕이 되신 것인지를 잘 몰랐기 때문에, 그가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그 죄수를 향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갈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오늘, 왕이신 주님 앞에, 2천 년 전의 죄수를 좇아, 우리들도 예수님 앞에 무릎 꿇고 간구하십시다. “저의 영원한 왕이신 예수님, 저의 복종을 받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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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왕이신 주 예수여, 친히 십자가를 지시고, 저희를 죄와 사망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죽을 운명에서 벗어나, 영원한 하느님나라 백성이 되게 하셨나이다. 간절히 비오니, 긍휼과 자비로 저희를 다스리시고, 주님의 나라가 영원토록 창성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