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

<사순절 제6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복음 } 마태오 복음서 6장 7-15절 …. [7] “너희는 기도할 때에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는 줄 안다. [8] 그러니 그들을 본받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구하기도 전에 벌써 너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 [9] 그러므로 이렇게 기도하여라.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10]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11]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12]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13]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토록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 [14]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15] 그러나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 본문 묵상 )> 성경 어디를 묵상한들 묵상은 한이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말씀이 가지는 깊이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본문을 묵상하려면, 책 한 권을 쓴들 충분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 말미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소서”(본문 12절) 부분을, 14-15절에서 다시 풀이해 주실 만큼, ‘하느님께 죄를 용서를 받으려면,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먼저 용서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 오늘 우리의 주안점을 두려 합니다.

제 어머니께서 아직 생존해 계실 때, 저는 어머니와 용서에 대해서 말씀을 나눈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나요?” 이렇게 제가 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저에게 옛날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제 형이 어머니의 맏아들이었는데, 그는 86세인 지금도 미남이지만, 어렸을 적에는 정말 빼어났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간신히 걸음마를 시작하고, 이웃집 어린 아이와 잘 노는 듯했는데, 어른들이 눈을 딴 데로 돌린 사이에 이웃집 아이가 제 형의 얼굴을 손톱으로 긁어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황이 없어 ‘빨간 약’(머큐로크롬)을 찾아 솜으로 바르면서 상처를 치료하느라 바쁜 동안, 이웃집 아기 엄마는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이 자기 애기를 데리고 갔더랍니다. 앞뒷집에 살고 있었으니 매일 만나는데도 아무 말이 없더랍니다.

괘씸했지만, 묵묵히 지날 수가 없어서, “아이들이니까 철없어 그랬겠지요?” 라고 먼저 말을 건넸더니, 그 엄마 말이 “우리 애가 그랬다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댁의 애기가 자기 손톱으로 긁을 수도 있잖아요?” 하더라는 겁니다.

젊은 목사인 제 아버지의 초임지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제 어머니는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화를 꿀꺽 삼키며 참느라고 힘들었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제 형의 이마에 난 자국을 볼 때마다, 그때의 감정이 일곤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형의 얼굴에 남아 있는 상처 이야기고, 사실 더 깊은 상처는 <마음에 준 상처>입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둘째 아들인 저, 이아무가 세상에 살면서 가까이 지내던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였습니다.

제가 주기도문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구절을 외울 때면 늘 잊히지 않고 머리에 다시 생각나는 원한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마음으로는 ‘용서했는데, 용서했는데’ 하며 속다짐을 해도, 또 다시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 할 때면 자동적으로 그 자가 눈앞에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저는 이것을 위해서 본격적으로 큐티를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한 생각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제가 제 생애에, 남의 면상을 할퀸 일은 없었던가를 생각해 보게 하셨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학교 선생님에게, 언젠가는 교회의 어른에게, 또 언젠가는 사회인사의 명예를 할퀴고, 추락시켜서, 그들 역시 주기도문을 외울 때면, 저를 떠올릴 것이 분명한 사람들이 여러 분 생각났습니다.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주님, 제가 다른 사람에게 잘못한 죄를 그들과 하느님 앞에서 용서 받을 수 있기를 빕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모두 하늘나라에 가 있어서 제가 일일이 만나서 용서를 빌 수도 없습니다. 어찌 하오리까? … 그리고 저도 저에게 죄 지은 이들을 깨끗이 용서하기를 바랍니다. 그러하오니 제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 비오니 주의 기도를 제가 올바로 드릴 수 있도록, 저의 사죄의 간구와 저의 용서가 모두 온전케 해 주시옵소서.”

이렇게 기도하는 동안, 저의 문제가 차츰 해결되며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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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잘못한 죄를 모두 용서해 주시옵소서. 십자가의 피로써, 그 끔찍한 모든 죄들을 씻어 주시옵소서. 그리고 제게 잘못한 사람들을 온전히 용서합니다. 저의 용서가 말끔히 이루어지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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