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제10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 신명기 26장 16-19절 …. [16] 오늘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는 이 규정과 법규를 지키라고 너희에게 분부하신다. 그러니 너희는 마음을 다 기울이고 목숨을 다 바쳐 이 모든 것을 성심껏 실천해야 한다. [17] 너희는 오늘 야훼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야훼께서는 너희에게 하느님이 되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 대신 너희는 분부받은 그 길을 따라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과 법규를 지켜 그의 말씀에 복종해야 한다고 하셨다. [18] 이에 응답하여 너희는 오늘 야훼께, 말씀대로 하느님께서 소중하게 여기시는 백성이 되어 모든 분부를 지키겠다고 아뢰었다. [19] 손수 지으신 만백성 위에 높여주시니 찬양과 명성과 영광을 돌리는 백성, 약속대로 너희 하느님 야훼께 성별된 백성이 되겠다고 하였다.
{ 성시 } 시편 119편 1-8절 …. [1] 복되어라, 그 행실 깨끗하고 야훼의 법을 따라 사는 사람, [2] 복되어라, 맺은 언약 지키고 마음을 쏟아 그를 찾는 사람, [3] 나쁜 일 하지 아니하고 그의 길만 따라가는 사람. [4] 당신은 계명들을 내리시고 온전히 그대로 살라 하셨으니 [5] 당신 뜻을 어기지 않고 꿋꿋하게 살도록 해주소서. [6] 그 명령을 낱낱이 명심하면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으리이다. [7] 당신의 바른 결정을 내가 배워서 진심으로 감사하오리이다. [8] 당신 뜻대로 힘써 살려 하오니, 이 몸을 아주 버리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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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묵상 )> 저는 목사 아들로 교회에서 양육을 받은 신자였고, 비록 학부과정이긴 해도 신학교 과정을 마친 사람이었습니다. 성직과정만 더 공부하면 성직자가 될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1970년대 초에는 마음이 교회에서 떠났었고, 하느님의 품을 떠났었고, 헛된 세속의 꿈을 키우고 있었던 어둠의 자식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주일이 되면, 권사의 딸이었던 제 아내는 주일예배를 드리려고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고, 목사의 아들인 저는 ‘난 좀 쉬고 싶으니, 애들이랑 교회 좀 다녀 오구랴.’ 이렇게 매 주일 외우고 있었습니다.
정말 한심한 인간이었습니다.
제가 목사 아들인 사실을 알게 된 목사님께서 뭔가 교회에서 일을 맡기면 그것을 동기로 해서 다시 신앙을 회복할 것이라 생각한 나머지, 교회에서 부흥회 집회가 있다면서 저를 목사님께서 데리러 오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뭘 했는지 아십니까? 대뜸 옆집 가게에 가서 소주 한 병을 사다 단숨에 마시고, 술냄새를 펄펄 피우면 목사님께서 기가 막혀서 그냥 가버릴 것이라 작전을 펴기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매를 치신다는 것이 그만 저를 치시는 대신, 제가 맞을 매를 저의 어린 아들이 맞게 되었습니다. 큰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살이 떨립니다. 평생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
그러던 어느 주일 새벽이었습니다. 저는 미명에 잠을 깨어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은 오지 않고 곁에서 힘들어하는 제 아들의 신음을 들으면서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나?”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캄캄한 방안이 점차 밝아오면서 제 눈에 성경책이 들어왔습니다. 돌아가신 제 아버지가 목회를 하시면서 밤낮으로 품고 다니시던 성경책이었습니다.
그 성경책을 오랜만에 읽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끙끙대며 쌓여있던 책들을 옮겨놓고, 성경책을 꺼내보니, 먼지와 습기로 때가 잔뜩 끼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수건으로 문지르고 털어낸 후에, 다시 방으로 들어와 불을 켜고, 어디를 읽으면 이 책을 아직껏 ‘진리의 말씀’, ‘생명의 말씀’하면서 들고 다니는 이들을 조롱하면서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창세기를 펼쳤습니다.
많은 신화 같은 이야기들이 여전히 실려 있었습니다. 저는 히죽거리며, 이걸 무슨 ‘진리의 말씀’ ‘생명의 말씀’이라고 하는 걸까, 하며 계속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그 날 제가 읽는 성경은, 마치 누구도 아닌 바로 저를 읽으라고 어느 옛날 어떤 사람들이 기록해 놓은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아의 이야기, 소돔 고모라의 이야기, 야곱의 열두 아들들의 이야기가 남을 위한 말씀이 아니라, 저를 읽으라는 이야기로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밝을 녘에는 이미 출애굽기를 읽고 있었습니다.
출애굽의 지도자 모세를 애타게 만들던 반역자가 바로 저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 눈에서는 조용히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마운 생각에 성경책을 꼬옥 품에 안기도 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울었지만 때로는 환희에 차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무렵, 제 아내는 교회를 갈 준비를 다하고, 아침 밥을 차려서 저도 먹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지체없이 손을 모으고 오랜만에 조용히 식사전 기도를 드렸습니다. 마음 속으로 “저 같은 인간에게도 밥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때 제 아내가 저를 향해서 “참.. 보자 보자 하니까, 나중엔 별 방법으로 하느님을 조롱하는구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 속에서는 “당신은 내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를 거요. 나중엔 당신도 알게 될 테니 조금만 기다려요.” 이러고 있었습니다.
제 아내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로 간 후에, 저는 혼자 집에 남아, 오전 나절 동안 레위기를 안고 부흥회(?)를 했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다가.. 왜냐하면 레위기의 법전들 속에서 하느님께서 얼마나 사랑이 자상하신 하느님이신가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법전들을 진작 저에게 가르쳐 주셨다면, 제가 복된 삶을 살았을 것을.. 하는 탄식이 터져나왔습니다.
율법이 귀찮은 철조망으로 여겨지지 않고 고마운 하느님의 장치로 여겨지는 것이 저의 변화와 회개의 싸인인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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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 하느님, 하느님의 율법이 저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해 주신 날을 감사드립니다. 그리하여 제 인생이 변화되고, 하느님의 구원의 의지를 깨닫게 된 날을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그 감사와 감격의 날을 잊지 말게 하시며, 주 성령님의 은혜에 늘 기쁨에 벅찬 가슴으로 매일을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