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의 십자가 체험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갈라디아서 2장 20절: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개역개정)

목사였던 제 아버지께서 54세에 중풍에 걸리시고, 이윽고 병상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하신 채 3년 후에 돌아가셨습니다. 신학교 졸업생인 저는 깊은 회의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교회와 인연이 없는 제 일생을 지향하면서 기회를 엿보며 살고 있었습니다.

자연히 날마다 불신앙의 세속적 생활로 제 삶은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대략 12년 동안을 그렇게 지났습니다. 직업인이 되었고, 결혼도 하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저를 내버리시지 않으셨습니다.

제게 십자가를 체험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제 집안에 큰 시련을 주셨는데, 그것은 제 집 아이가 당한 사고였습니다. 저보다는 사고를 당한 아이가 백 배 더 큰 아픔을 겪었지마는, 저는 제 가정이 겪고 있는 시련 때문에 제 마음이 아팠던 것인데도, 그렇게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런 아픔을 겪게 되었는지가 계속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아버지가 남겨 두고 가신 성경을 펴 읽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을 조롱하고, 성경을 읽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조롱하고 싶어서 꺼내 들은 성경책에 한 발자국 씩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어느 옛날, 어떤 사람이 날 보라고 쓴 책인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리에 엎드려 읽고 있던 성경을, 일어나 앉아 읽게 되었고, 창세기부터 읽은 성경이 레위기에 이르렀을 때에 저는 율법서마저 달디 단 말씀으로 읽히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군복무를 하던 부대의 가시철망으로 느껴졌습니다. 나를 사랑하셔서, 나의 보호막으로 쳐 놓으신 가시철망이라고 성령님께서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많이 울고 많이 회개하고, 밥맛보다 말씀 맛이 더 달던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저는 한 목사님께로부터 전갈을 받았습니다. 좀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사님은 저를 교회로 이끌려고 많이 노력하셨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을 저는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대면서 괴롭혔습니다.

그분을 다시 만난 저는 또 한참 울었습니다. 그 목사님의 제안으로 제가 교회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안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우습습니다. “저를 자갈밭으로 보내 주세요.” ‘자갈밭’이란 목회가 힘든 교회라는 표현 아닙니까? 철없이 내뱉은 말이 제 운명이 되었습니다.

그 후로 지금껏 45년을 주님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후회는 해 본 일이 없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주님의 은혜입니다.

제게 소망이 있다면 코로나 상황이 종식될 때에는 제 중국어도 조금 실력이 붙어서, 중국의 강단에 서 보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한국말로 매일 아침 쓰는 제 글이 Facebook 전파가 방해 받고 있는 중국 땅에 간접적으로 들어가고 있어서, 번역기를 대고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기도> 주님, 고맙습니다. 제 십자가의 경험으로 인도하시고, 평생 영광스러운 직업으로 살게 해 주시고, 알찬 소망으로 살게 해 주시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삶을 통해서 주님 영광 받으시기를 빕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2 thoughts

  1. 아멘.
    주교님 개인 삶의 간증 너무 뭉클해요. 주님께서 주교님을 이렇게 불러주셨구나…. 창세기부터 레위기에 이르러 율법서까지 달게 읽으셨다는게 너무 친근하게 다가왔어요. 군대 철조망 비유까지요.
    이렇게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 그 인생들을 살뜰하게 챙겨주시고 인도하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올려드립니다.
    주교님께서 연재하시는 이 묵상들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 어떤 귀한 분들께 주님께 다가가는 통로가 된다니 너무 멋있어서 소름 끼쳐요.
    끝까지 소명의 길에서 역할을 다하시는 주교님께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주교님의 삶과 사역에 모든 것이 그 뜻대로 이루어지게 하실 주님을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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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무셔야 할 시간에 제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오늘 갈라디아서 말씀이 너무도 반가워서 이런 옛날 생각을 적어 보았던 겁니다. 독일서도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기를 빕니다. 이요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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