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20장 21절: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물으셨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여자가 대답하였다. “나의 이 두 아들을 선생님의 나라에서,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선생님의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 (새번역)
주님의 제자 야고보와 요한은 형제였고, 그들의 어머니가 지금 예수님께 와서 아주 긴한 청을 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나라가 이루어질 때, 자기 두 아들을 각각 좌의정, 우의정 자리에 앉게 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예나제나 이런 어이없는 짓을 하는 자모님들은 자기 자녀를 사회생활에서 못된 인간으로 만드는 예가 많지마는, 주님 제자들의 자모마저 그런 그릇된 청원을 했다는 것은 정말 우리로 하여금 아연실색하게 만듭니다.
주님께서는 이 철없는 부탁을 하고 있는 여인을 향해서 무안하지 않도록 타이르셨습니다.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고, 아버지 하나님께서 정하시는 일입니다. 다만 내가 마실 잔을 그들도 마실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내가 마실 잔’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십자가를 지고 죽음의 길로 가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주님께서는 십자가의 길로 곧장 걸어가셨습니다. 후일에 야고보와 요한은, 자기들의 어머니가 주님께 얼마나 실례 되는 말씀을 드렸던가를 생각하면서 그 회고를 할 때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을 것입니다.
저도 자식이 있고 손자녀도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서 날마다 기도합니다. 제가 그들을 위해서 만약 아래와 같이 기도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1) 주님, 제 자식들이 머리가 될지언정 꼬리가 되지 않게 하시며, 가는 곳마다 그곳에서 으뜸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예 2) 주님, 제 자식들이 가난하게 살게도 마시고, 부자가 되게도 마시고, 그저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게 해 주시옵소서.
예 3) 주님, 제 자식들은 제 명에 죽지 못해도 불평 않겠습니다. 다만 그들을 통하여 우리나라가 정의로운 나라, 평화로운 나라가 될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저는 이 세 가지 기도 가운데, 제 자녀, 또는 제 손자녀들을 위해서 기도하라면 1, 2, 3번 모두 다 드릴 수가 없습니다. 1번 기도는, 누구나 자기 자식이 머리가 되기를 바랄 터인데, 모두 머리 되기를 바란다면, 누가 손노릇을 하며 발노릇을 하겠습니까? 그러니 1번 기도처럼 기도하지 못합니다.
2번 기도는, 기도를 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것 같은 내용이니까 구태여 제가 기도할 의욕이 나지 않는 기도입니다. 3번 기도는, ‘제 자식이 제 명에 죽지 못해도 좋겠다’는 말을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또 제 자신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일을 어떻게 제 자식들은 감당하라고 기도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기도합니다.
<기도> 하나님, 제 자손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평생토록 성령 안에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며 살게 해 주시옵소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게 하시고 이로써 기쁨과 감사에 찬 생애를 살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