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21장 41절: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 악한 자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제때에 도조를 바칠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원을 맡길 것입니다.” (공동번역)
포도원의 못된 종들이 아예 포도원을 주인에게서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성경본문을 보면, 사람들은 이런 종들이 장차 하느님께 어떤 징벌을 받게 될런지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잘 안다고 신실하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알면서도 하느님 앞에 불충하게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교회의 중책을 맡은 성직자로서 불충한 종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을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마닐라에서 주교회의가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 저녁에는 지진을 겪었습니다. 너무도 혼이 나서, 하느님께 빌었습니다. “하느님, 제발 살려 주세요.” 이렇게 정신 없이 빌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진을 멈춰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제가 사는 모양새가 그리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지진이 끝날 때가 되어서 끝난 것 처럼 여기는 것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혼났습니다. 간에 물이 차는 병을 앓았던 겁니다. 자꾸만 커지는 간의 물집 때문에 저는 입원을 했습니다. 무슨 원인으로 간 속에 물이 생기는 것인지를 병원에서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저는 몸 속으로 간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연신 누런 액체를 받아 내면서, 한 없이 울었습니다.
제 모양이 이 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인가 하는 처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하느님께 탄원을 했습니다. “제발 살려 주시면, 제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이렇게 빌고 있는데, 하느님께서 간의 물을 말려 주셨습니다. 또 위기를 모면한 것입니다.
그렇게 혼이 나고도, 다시 건강을 되찾은 저는 별로 충성을 다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마치 제 간의 병은 나을 만한 때가 됐으니까 나은 것으로 여기듯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금 나이 80까지 된것입니다.
이 아침에 하느님 앞에 질문을 받는 기분입니다. “네 약속은 어떻게 되었느냐?” 제가 대답합니다. “주님, 제 나이를 핑계 대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 형편을 아시는 주님께서 제가 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긴 줄을 잘 알고 계십니다. 주님의 자비로 저를 용서해 주시고, 부족한 저의 사랑을 받아 주시옵소서.”
<기도> 주님, 저를 주님의 뜻을 이루시는 통로로 쓰시옵소서. 이 몸은 주님의 종이니 주님의 뜻대로 쓰여지기를 원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