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사도행전 2장 23-25상반절, 31-33상반절. [23] 이 예수께서 버림을 받으신 것은 하나님이 정하신 계획을 따라 미리 알고 계신 대로 된 일이지만, 여러분은 그를 무법자들의 손을 빌어서 십자가에 못박아 죽였습니다. [24]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서 살리셨습니다. 그가 죽음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5] 다윗이 그를 가리켜 말하기를 …. [31] 그래서 그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미리 내다보고 말하기를 ‘그리스도는 지옥에 버려지지 않았고, 그의 육체는 썩지 않았다’ 하였습니다. [32] 이 예수를 하나님께서 살리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일의 증인입니다. [33] 하나님께서는 이 예수를 높이 올리셔서, 자기의 오른쪽에 앉히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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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문의 말씀은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의 한 부분입니다. 베드로가 유대인들을 향하여, 도전적인 어조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역사의 진상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역사는 인간의 의지나, 인간의 작간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도,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의 계획(섭리) 대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즉 ‘무법자의 극치’인 대제사장들이 꾀를 내서, 게쎄마네에서 예수님을 체포합니다. 밤새 불법한 취조를 하고, 날이 밝자마자 또 하나의 무법자 빌라도 총독에게 재판을 요구하여, 종내 유죄판결을 받아내고 맙니다. 그리고는 아침 결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하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의 무법한 재판이었습니다.
그 얼개 만을 보면, 이 세상이 무법자들의 세상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하나님께서, 죄없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제물로 해서, 만민의 죄를 대속하시는 속죄의 제사가 진행되도록 인도하신 결과인 것입니다. 이 사실을 베드로가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하나님께서 깨끗이 패배 당한, 비극적 종결로 끝나는 듯했습니다. 속죄의 제사까지는 잘 추진되었지만, 하나님의 독생자께서 죽음의 세계에 갇혔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를 그냥 두실 리가 없으십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의 세계에 갇혀 계시도록 두실 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그를 일으키시고, 부활하게 하셔서, 죽음이 승리하는 세상이 아니라, 생명과, 진리와, 사랑이 승리하는 세상임을 입증하셨습니다.
가인이 동생 아벨을 들로 데리고 나가 돌로 쳐 죽인 일은 인간의 짓이었지만, 하나님께서 그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습니다. (창 4:8 이하) 다윗이 충신 우리야 장군을 전장에서 교묘하게 죽도록 만든 일은 인간의 짓이었지만, 하나님께서 그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습니다. (삼상 11:1 이하)
인간의 잡사처럼 보이는 모든 일들을 그냥 두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는, 비록 당장에는 무슨 조치를 하지 않으시는 듯해도, 가장 공의로운 방법으로, 가장 정확한 역사의 보상을, 분별력 있고 교육적인 방법으로 내리십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역사는 도도하게 흐릅니다.
베드로의 증언은 이렇게 결론을 맺습니다: “우리가 이 일의 증인입니다.” 사도들은 모두가 증인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신분의 증인, 예수님께서 세상에서 하신 일들의 증인, 예수님의 수난의 증인, 예수님의 부활의 증인으로 활동하다가 일생을 마친 분들입니다. 오늘의 전도자, 설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도들의 증언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의 사명 역시 사도들의 뒤를 이어,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증거하는 증인의 사명이 있음을 말씀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이 사명 성실히 감당하게 도와 주시옵소서. 세상이 모두 이 일을 알게 될 때까지 증언하게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