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누가복음 24장 26-27, 30-32절. [26] “그리스도가 마땅히 이런 고난을 겪고서, 자기 영광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27] 그리고 예수께서는 모세와 모든 예언자에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서 자기에 관하여 써 놓은 일을 그들에게 설명하여 주셨다. … [30]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려고 앉으셨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서 축복하시고, 떼어서 그들에게 주셨다. [31] 그제서야 그들의 눈이 열려서, 예수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한순간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성경을 풀이하여 주실 때에, 우리의 마음이 우리 속에서 뜨거워지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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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생전에 사랑하시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부활의 증인이 되어 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앞에 부활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예수님을 냉큼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너무나 실증주의자여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뵙지 못하여, 마음 속으로 부활을 믿지 못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그 옛날 부활을 믿지 못해 실망과 실의에 빠졌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그래, 보아라. 이제는 믿겠느냐?” 하시며 대응하셨던 것입니다.
오늘의 본문에 나오는 제자들은, 열두 사도 이외에, 때로는 70{72}명 (눅 10:17 이하), 어떤 때는 120명의 추종자들 (행 1:15 이하) 범주에 속하여, 예수님의 직계제자 되기를 갈망하던 무리들로 보입니다. 이 두 사람은 엠마오로 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예수님과 동행하면서도, 길을 다 가도록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유대인의 복식이 서늘한 밤공기에서는, 옷깃으로 머리 전체를 휘감는 버릇이 있어서, 누구신지 못 알아 뵈었을 수가 있습니다. 또 부활의 예수님께서, 수난의 사흘 동안 많은 출혈을 하셨고, 매를 맞고, 가시에 찔려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을 것입니다. 특별히 때는 이미 해가 지고 난 밤이었습니다.
이 낯선 사람에게, 처음에는 두 제자들이 비난했습니다: “이 즈음에 예루살렘에 있었다면서, 시내가 전부 이 일로 떠들어법석댔는데, 어떻게 당신만이 그 일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이렇게 핀잔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꾸중을 들었습니다: “만약 그 분이 메시아이심이 사실이라면, 마땅히 그분이 수난을 당하실 것 아닙니까? 성경, 특별히 이사야서를 보세요. 여호와의 종이 수난 당할 것이라고 여러 번 반복해서 말씀하고 있지 않습니까? 뭘 읽으셨어요? 읽으셨다면, 또 왜 그걸 믿지 못하세요?” 이렇게 추궁하셨습니다.
두 길손이 자기들이 가려고 하는 마을에 이르러, 예수님께 밤을 쉬어 가기를 권하면서, 그들의 집에 들어가 저녁식사 상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이 동작이야 말로,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면, 금방 ‘이 낯선 분이 누구시냐’ 하고 주목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두 제자는 이 분이 바로 예수님이신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놀라던 순간, 그 분은 그들에게서 이미 사라지고 안 계셨습니다. 그들은 당장 상을 물리고, 이제껏 왔던 길을 다시 달려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제자들을 만나, 그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도상에서 만나뵌 일을 전했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부활의 주님께서, 저희 같은 어리석은 실증주의자들을 위해, 당신(주님)의 부활의 확증을 보이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부활의 확신을 가지고 이 세상의 과학주의, 세속주의, 이성주의를 모두 이기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