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보궐선거에서 맛디아가 뽑히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사도행전 1장 15-16, 21-22, 26절. [15] 그 무렵에 신도들이 모였는데, 그 수가 백 이십 명쯤이었다. 베드로가 그 신도들 가운데 일어서서 말하였다. [16]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를 잡아간 사람들의 앞잡이가 된 유다에 관하여, 성령이 다윗의 입을 빌어 미리 말씀하신 그 성경 말씀이 마땅히 이루어져야만 하였습니다. … [21] “그러므로 주 예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에, [22] 곧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로부터 예수께서 우리를 떠나 하늘로 올라가신 날까지 늘 우리와 함께 다니던 사람 가운데서 한 사람을 뽑아서, 우리와 더불어 부활의 증인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 [26] 그리고 그들에게 제비를 뽑게 하니, 맛디아가 뽑혀서, 열한 사도와 함께 사도의 수에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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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이 장차 맡게 될 임무에 대해서 예언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너희가 내 나라에 들어와 내 밥상에서 먹고 마시게 하고, 옥좌에 앉아서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하게 하겠다”(눅 22:30) 라고 하셨습니다. 각 지파에 심판관 한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열두 지파를 위해 열두 제자가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룟 유다는 “자기 갈 곳으로 갔기 때문에”(행 1:25), 한 사람의 궐석이 생긴 것입니다. 이 한 사람의 빈 자리를 메우는 일이,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제자들의 긴급한 과제라고 그들은 생각했습니다.

한 자리에 모인 그들의 수가 백 이십 명쯤 되었습니다. 좌중에 베드로가 일어섰습니다. 그는 회중을 향해, 모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상황설명을 했습니다. 독단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가룟 유다에 관한 설명을 할 때에, ‘배신자’ ‘범인’ 따위의 용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여지없이 드러냈던 지난 날의 과오를 자책하는 마음으로, 베드로는 겸손한 자세를 보였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수난하시던 밤에, 다른 제자들의 비겁한 현장도주의 일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비장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사도들의 시대를 열고 있었습니다.

두 명의 후보를 택했습니다. 바사바 또는 유스도라고도 하는 요셉과, 맛디아, 두 사람 중에서 한 명을 택하는 방법으로 선거하기를 청했습니다. 인기투표가 아니었습니다. 학식이나 인물됨을 평가하는 선거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사도 후보의 자격으로 꼽았던 것은, 증인이 될 수가 있는가에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를 통해서 하신 말씀, 행하신 일들을 증거할 수 있는지도 소중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은, 예수님의 부활의 증인이 될 수 있는가였습니다. 이것이 후보 천거의 기준이었던 것입니다.

기독교 역사상 위대한 설교자로 꼽히는 존 크리소스톰은 그의 설교에서 말하기를, “믿음의 동지들이여, 우리가 사도들에게서 중대한 것 한 가지를 배웁시다. ‘훌륭한 일 하기를 바라는 이들, 곧 감독(주교)이 되고 싶은 사람들’(딤후 3:1)은 좀 경청하시오. 정녕 당신들이 주교 선거가 하나님의 손에 있다고 믿는다면, 선거의 내용이 노출되는 것에 불쾌해 하지 마시오. 선거결과에 불만한다면, 그건 하나님께 불만하는 일이오” 라고 했습니다.

크리소스톰은, 이 사도행전 1장의 ‘사도 선거’에서, 후보들이 조용히 결과에 승복한 일은 대단한 귀감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우리가 주교 선거에서도, 어떤 후보가 다른 후보에 대해서, 자기 자신보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면, 그런 후보야 말로 주교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자기의 장점은 어떤 한 방면에서의 장점일 뿐이고, 다른 후보는 다른 점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 이라고 했습니다.

<기도> 주 하나님, 교회의 선거들이 거룩한 교회의 선거답게 이루어지게 하소서. 하나님께서 쓰시려는 일꾼으로 각 시대를 책임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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