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누가복음 23장 20-25절 (새번역)
[20] 빌라도는 예수를 놓아주고자 하여, 다시 그들에게 말하였다. [21] 그러나 그들이 외쳤다. “그 자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22] 빌라도가 세 번째 그들에게 말하였다.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일을 하였단 말이오? 나는 그에게서 사형에 처할 아무런 죄를 찾지 못하였소. 그러므로 나는 그를 매질이나 해서 놓아줄까 하오.” [23] 그러나 그들은 마구 우기면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큰 소리로 요구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소리가 이겼다. [24]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대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25] 그래서 그는 폭동과 살인 때문에 감옥에 갇힌 자는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놓아주고, 예수는 그들의 뜻대로 하게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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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 정의를 짓눌러서, 의인을 사형에 처하는 일이 인간 역사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습니다. 의로운 영국의 대법관 토마스 모어가 1535년 7월 6일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워 죽은 것을 기념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그가 죽은 이유는, “세속적 권력자인 국왕이 교회의 수장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므로” 국왕 헨리 8세에 아부하던 영국의 재판부는 그를 유죄판결하고 사형을 언도했습니다. 더구나 이 심판위원회는 국왕이 자기 임의로 지명했습니다.
언도 후에 “죄인은 무슨 할 말이 있는가?” 하고 토마스 모어에게 물었을 때에, 그의 대답이, “사도행전에 보면, 바울은 스데반이 돌로 맞아 죽임을 당했을 때, 그 현장에 있었고, 스데반의 처형에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두 사람은 모두 하늘에서 영원한 친구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도 여러분과 영원한 나라에서 만나기를 바랍니다.”
재판이 끝난 후, 그는 런던탑 위에 있는 감옥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탑 아래 나루에서 그의 딸 마가렛이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달려와 “아버지, 아버지” 하면서 부친의 목에 매달렸습니다. 이 부녀 간의 애틋한 정경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이 울었습니다.
토마스 모어는 평생 친구였던 헨리 8세에 의해서 감형을 받게 되었습니다. 즉 타이번이라는 곳에서 ‘능지처참’ 형을 받을 것을, 타워 힐에서 참수 형을 받는 것으로 감형되었던 것입니다. 다만 헨리 8세는 모어에게 부탁하기를, 형장에서 말을 많이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만인이 주목하는 자리에서 왕의 이혼 문제를 말할까봐 걱정됐던 것입니다.
모어는 최후의 시간에도 평소 즐기던 농을 잊지 않았습니다. 순교의 긍지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단두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삐걱거려서 간수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나를 안전하게 끌어올려 주면, 내려올 때에는 내 힘으로 내려옴세.”
그는 군중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나는 하나님과 국왕께 충성을 다해서 죽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가 더 먼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혼자 말로, “하나님,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내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시 51:1) 이렇게 기도를 올릴 때에 그의 입술이 떨렸습니다.
그리고 칼잡이를 보고, “여보게, 힘을 내게. 그리고 자네가 할 일을 두려워 말게. 내 목은 아주 짧으니, 제발 제대로 쳐 주게” 라고 부탁했습니다. 수염을 단두대 너머로 밀치면서 “수염이야 대역죄를 지었겠나” 하고 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칼이 바로 모어의 목을 내리쳤습니다. (김진만 지음, 양심으로 세상을 이긴 성자 토마스 모어, 2003, 정우사)
<기도> 주 하나님, 많은 불의한 권력자들의 손에 의인들이 죽어갔습니다. 하지만, 엄정하신 하나님께서 의인들의 죽음을 귀히 보시는 줄 저희가 믿습니다. 영원토록 그들의 영혼을 하나님 나라의 광명한 빛에 거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