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보 집사의 세례를 논하다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필립보 집사(부제) 기념일에 (공동번역 개정판)

사도행전 8장 26- 38절. [26] 그 때 주의 천사가 필립보에게 나타나서 “여기를 떠나 예루살렘에서 가자로 내려가는 남쪽 길로 가라.” 하고 일러주었다. … [27] … 필립보는 그 곳을 떠나 길을 가다가 에티오피아 사람 하나를 만났다. … [30] 필립보가 달려갔을 때 그는 이사야 예언서를 읽고 있었다. 그래서 필립보는 “지금 읽으시는 것을 아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31] 그러자 그 내시는 “누가 나에게 설명해 주어야 알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 [32] 그가 읽던 성서 구절은 다음과 같았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처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어린 양처럼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 ” [34] 내시는 필립보에게 “한 가지 묻겠는데 이 말은 누구를 두고 한 말입니까? …” 하고 물었다. [35] 필립보는 이 성서 말씀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말씀을 풀어 예수에 관한 복음을 전하였다.

[36] 그들이 같이 길을 가다가 물 있는 곳에 이르자 내시가 “자, 여기 물이 있습니다. 내가 세례를 받아서는 안 될 것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38] 내시는 마차를 세우게 하고 필립보와 함께 물로 내려가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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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교회가 함께 기념하는 필립보는 사도행전 8장에 소개되어 있는 한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초대교회의 희랍어를 사용하던 회중들을 돕기 위해서 세웠던 일곱 집사(부제) 중의 하나였습니다.(행 6:5) 그의 이름은 스테파노 다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에 관한 일화가 스테파노의 순교에 관한 기록 다음에 등장합니다.(행 8:5 이하) 필립보는 사마리아 지방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여,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어 세례를 받게 되었고, 나중에 이 무리들이 베드로와 요한 사도의 인도하심을 받아 성령을 받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후에 필립보는 가자 지방(지금 한창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진행 중임)으로 가서 에티오피아의 한 고위관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차에 앉아서 이사야서를 읽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복음을 전하여, 마침내 그 날 에티오피아 내시는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복음은 만민을 위한 복음인 것을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에 교부 터툴리안(Tertullian, 주후 160 ? – 230 ?)이 ‘세례에 관하여’ 라는 제목으로 초대교회에 남긴 논설의 일부분을 소개하려 합니다.

“세례는 무분별하게 베풀 것이 아니라, 충분히 살펴서 베풀어야 한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적선을 구하는 자에게 성큼 줄 것을 명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진주를 돼지에게 주지 말라” 하셨지 않습니까? 이 말씀을 세례에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성경에는 “누구에게나 쉽게 안수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을 우리가 기억하지요? 필립보 집사가 너무 세례를 서두른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전후 사정을 보면 필립보가 이 일의 주인공이 아니라, 성령님께서 친히 주장하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마리아에 있었던 필립보를 ‘가자’로 내려가는 길로 가라 하셨고, 거기에 에티오피아 내시가 지나가게 하셨으며, 그가 탄 마차에 가까이 이끄셨습니다.

내시가 읽던 성경 구절, 곧 ‘수난의 메시아’ 예언에서 그가 멈추었던 것을 보면, 그가 구세주의 도래를 바라고 있었던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예사로운 일이었겠습니까? 그의 입으로 세례를 자청합니다. 이제 멀고 먼 아프리카 내륙의 고원지대에 있는 에티오피아까지 가면, 다시는 만나기 힘든 전도자 필립보에게 세례를 받고 싶어했던 그의 애타는 심정을, 성령님께서 아시고 필립보를 보내셨던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세례의 고귀한 은혜를 받았사오니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날마다 하느님의 자녀된 기쁨으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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