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제물로 드리는 오늘을..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교황 레오의 기념일 (공동번역개정판)

{ 서신 } 로마서 15장 14-17절 [14]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너그럽고 지식이 풍부하여 서로 충고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15] 다만 내가 이 편지에서 가끔 지나칠 정도로 강조해서 말한 것은, 하느님께서 내게 은총으로 주신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여러분의 기억을 새롭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16] 그 사명은 내가 이방인들을 위한 그리스도 예수의 일꾼으로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의 직무를 맡아 성령으로 거룩하게 된 이방인들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제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17]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 복음 } 루가복음서 16장 1-8절 [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또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청지기 한 사람을 두었는데 자기 재산을 그 청지기가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2] 청지기를 불러다가 말했다. ‘자네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무슨 짓인가? 이제는 자네를 내 청지기로 둘 수 없으니 자네가 맡은 일을 다 청산하게.’ [3] 청지기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인이 내 청지기 직분을 빼앗으려 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구나. [4]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내가 청지기 자리에서 물러날 때 나를 자기 집에 맞아줄 사람들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겠다.’ [5] 그래서 그는 자기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다가 첫째 사람에게 ‘당신이 우리 주인에게 진 빚이 얼마요?’ 하고 물었다. [6] ‘기름 백 말이오.’ 하고 대답하자 청지기는 ‘당신의 문서가 여기 있으니 어서 앉아서 오십 말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일러주었다. [7] 또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진 빚은 얼마요?’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이 ‘밀 백 섬이오.’ 하고 대답하자 청지기는 ‘당신의 문서가 여기 있으니 팔십 섬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일러주었다. [8] 그 정직하지 못한 청지기가 일을 약삭빠르게 처리하였기 때문에 주인은 오히려 그를 칭찬하였다. 세속의 자녀들이 자기네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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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복음 본문 속에 등장하는 부자가, 그의 집에서 일하는 청지기가 정직하지 못한 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해고 통지를 했는데, 청지기는 주인의 빚문서를 위조하면서 인심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았으면, 당장 급히 청지기를 인사조치할 일이지, “칭찬했다”(8절)고 하는 표현은 좀 어폐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예수님께서 이 비유의 말씀을 하시면서, 청지기가 자기의 앞날에 닥칠 운명을 분명히 내다보고 있었다는 사실 만은 칭찬할 만하다고 말씀하신 것이었습니다. 이 청지기보다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이겠지요. 장차 하느님의 심판대 앞에 설 모든 인류들이, 그 엄연한 장차의 운명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와 하신 것입니다.

( 2 ) 오늘은 온 교회가 제 5세기에 살았던 교황 레오(Leo the Great, Bishop of Rome, Teacher of the Faith, ? – 461)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는 부제였을 때에 이미 능력이 인정되어 고울(북부 프랑스) 지방에서 발생한 일을 중재할 책임을 맡아 파견된 일도 있었습니다. 그의 고매한 인격과 탁월한 능력은 로마 관구 안에서도 군계일학 격이어서 440년에 ‘로마관구의 주교’(교황)로 선출되었습니다.

교회로서만이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대단히 위태로운 시기에 교회가 당면한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갔습니다. 특별히 반달족이 침략하여 로마 일대를 점령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여 곤욕을 치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롭게 대처하여 침략군이 국민들을 해치지 않고 조용히 물러가게 했습니다.

교회로서는 신학논쟁이 극에 달해서 그 유명한 칼케돈 회의(‘제4차 교회공의회’라고도 함)에서 기독론 논쟁을 결말지은 공헌을 했습니다. 논쟁의 쟁점은 그리스도께서 지니신 신성과 인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인성 부분을 부인하려는 무리들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신성을 제한하려는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논쟁의 와중에서, 레오 교황은 다음과 같은 신학적 해명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께서 ‘인간 예수’가 되셨다는 말은, 하느님께서 인간들과 같이 죄성을 지니셨다거나, 인간들처럼 사기를 칠 수도 있으셨다는 말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그 어떤 인간보다도 겸허하게 ‘스스로를 비우셔서’ 인간이 되시고, 죄인의 이름으로 십자가 형틀에 오르셨다는 말씀입니다. 우리 인간들을 위하여 온갖 욕을 치르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우리 입으로 ‘인간의 몸을 입으신 예수님’이라고 고백하는 일 만큼 송구스러운 신앙고백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것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논쟁은 이제 교회에서 그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449년 6월 13일에 콘스탄틴의 주교 플라비안에게 보낸 편지에서)

<기도> 주 하느님, 저희에게 새로운 날, 소망의 하루를 주셨사오니, 이 날에 저희 몸을 산 제물로 주님께 바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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