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제16일, 말씀 묵상> ………………. (공동번역개정판)
{ 복음 } 루가복음서 15장 11-24절 …….. [11]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두 아들을 두었는데 [12] 작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제 몫으로 돌아올 재산을 달라고 청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재산을 갈라 두 아들에게 나누어주었다. [13] 며칠 뒤에 작은 아들은 자기 재산을 다 거두어가지고 먼 고장으로 떠나갔다. 거기서 재산을 마구 뿌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14] 그러다가 돈이 떨어졌는데 마침 그 고장에 심한 흉년까지 들어서 그는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15] 하는 수 없이 그는 그 고장에 사는 어떤 사람의 집에 가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는데 주인은 그를 농장으로 보내서 돼지를 치게 하였다. [16] 그는 하도 배가 고파서 돼지가 먹는 쥐엄나무 열매로라도 배를 채워보려고 했으나 그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17] 그제야 제정신이 든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버지 집에는 양식이 많아서 그 많은 일꾼들이 먹고도 남는데 나는 여기서 굶어죽게 되었구나! [18] 어서 아버지께 돌아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19]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으니 저를 품꾼으로라도 써주십시오 하고 사정해 보리라.
[20] 마침내 그는 거기를 떠나 자기 아버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멀리서 본 아버지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달려가 아들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21]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2] 그렇지만 아버지는 하인들을 불러 ‘어서 제일 좋은 옷을 꺼내어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신을 신겨주어라. [23]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내다 잡아라. 먹고 즐기자! [24] 죽었던 내 아들이 다시 살아왔다. 잃었던 아들을 다시 찾았다.’ 하고 말했다. 그래서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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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서울 종로 대로를 걷다 보면, 플라카드에 이십 여년 전 행방불명이 된 자기 자식을 찾는 어느 부모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광고물이 펄럭이는 것을 봅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대수롭지 않은 광고물이어도, 부모에게는 생명과 다름없는 피눈물나는 사연입니다.
자식이 부모의 슬하를 떠나게 된 것이 유괴에 의한 것이었든, 자의에 의한 것이었든, 가족들에게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눈앞에 어른거릴만큼 비극적인 사연입니다.
( 2 ) 태고적부터 모든 인류의 어버이는 우리 하느님이십니다.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은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변할 리 만무합니다. 그 사랑 속에 우리가 태어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우리 인간 가족들 중에 적지 않은 분들이 아버지 하느님의 품을 스스로 떠나 ‘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떠나 보아야 헛 고생 뿐입니다. 아버지 하느님을 떠난 이들이 당하는 공통된 운명은, 타락, 패가망신, 좌절과 낭패 뿐입니다. 아버지 집으로 돌아올 기운도 없고, 돌아올 소망도 의지도 모두 잃고 맙니다.
( 3 ) 인간사의 주된 테마는 ‘탕자의 돌아옴’에 있습니다. 비록 패륜아로 집을 나갔어도, 연어가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자기가 태어난 머나먼 산골짝 계곡을 기어이 찾아오고야 말듯이, 자기를 포기할 줄 모르고 기다려주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 이것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인간사의 테마인 것입니다.
이 ‘돌이킴’ 밖에는 우리의 선택이 따로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시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 ‘하느님의 집으로 돌아오는 포스트’로 세상에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교회를 교회 되게 합시다. 헤매는 곳에서 어서 속히 ‘하느님의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피 흘려 돌아가셨고, 옛 성도들은 예수님의 뒤를 따라서, 돌아오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친절히 안내하려고, 땅바닥에 피를 뿌려 표지를 남겨 왔습니다.
<기도> 주 하느님, 돌아와야 할 자식들을 오래 기다리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인내와 자비에 찬양과 경배를 드립니다. 그들이 모두 하느님의 집에 돌아오도록 교회가 힘써 친절히 안내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