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제17일, 말씀 묵상> ……………. (공동번역개정판)
{ 복음 } 루가복음서 4장 24-30절 ………. [24]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실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25] 잘 들어라. 엘리야 시대에 삼 년 반 동안이나 하늘이 닫혀 비가 내리지 않고 온 나라에 심한 기근이 들었을 때 이스라엘에는 과부가 많았지만 [26] 하느님께서는 엘리야를 그들 가운데 아무에게도 보내시지 않고 다만 시돈 지방 사렙다 마을에 사는 어떤 과부에게만 보내주셨다. [27] 또 예언자 엘리사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많은 나병환자가 살고 있었지만, 그들은 단 한 사람도 고쳐주시지 않고 시리아 사람인 나아만 만을 깨끗하게 고쳐주셨다.”
[28]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는 모두 화가 나서 [29] 들고일어나 예수를 동네 밖으로 끌어냈다. 그 동네는 산 위에 있었는데 그들은 예수를 산 벼랑까지 끌고 가서 밀어 떨어뜨리려 하였다. [30]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한가운데를 지나서 자기의 갈 길을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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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고간 첫째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장 가까운 고향 이웃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소년기로부터 공생애에 들어가시던 때까지 정붙여 살았던 나사렛 사람들이 예수님을 죽이려 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예수님께서 엄청난 지도자, 곧 메시야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의 서문에 해당하는 4장 18절 이하에 보면, 예수님께서 고향 나사렛의 회당에서 안식일 설교를 하시면서, 왕위 등극식에 해당하는 선포를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는 나사렛 사람들이 공포심을 느꼈습니다. 시골뜨기 청년 예수님이, 메시야 또는 왕의 선포를 하고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이 사실이 예루살렘에 알려지는 날에는 그들 마을에 어떤 화가 미칠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큰 변이 나기 전에, 화근을 없애자는 목적으로 예수님을 벼랑으로 몰고 가, 거기서 밀어 죽이려 했던 것입니다. 나사렛은 지대가 넓은 농사짓는 마을이었지만, 구릉이 많은 지방입니다. 사람을 떨어뜨리면 죽일 수 있을 만한 높이의 절벽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끌고 갔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이미 폭력을 당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 2 ) 25-27절의 말씀은, 기근과 환난의 때에 하느님께서 도움을 베푸시는 대상이, ‘선민’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고, 얼마든지 이방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말씀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사렛 사람들은, 왜 선민인 이스라엘을 깎아내리고 있는가 하며 격한 분노에 차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구세주를 외면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이 무슨 선민을 자부하겠습니까? 그들을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서 하신 말씀인데 , 나사렛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에 뉘우치지는 않고 적개심을 나타냈던 것입니다.
저도 나사렛 사람들처럼 반응할 때가 있는 것을 깨달으며 자성합니다. 저를 뉘우치라고 들려 주는 말을 할 때, 오히려 저에 대한 비난으로 생각하고, 반감을 표시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순절에 회개합니다.
( 3 ) 30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그들의 한가운데를 지나서 자기의 갈 길을 가셨다.” 고 했습니다. 어떻게 그들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님께서 그런 권능이 없으셨겠습니까?
그들의 폭력이 겁났거나, 또 죽음이 무섭거나 해서 피하신 것은 아니고, 아직 주님의 때(죽음의 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께서 인간의 손에 죽을 것을 아셨으면서도, 죽으실 곳은 예루살렘이어야 한다고 결심하셨다는 사실입니다.(룩 13:33)
<기도> 주 하느님, 저희가 예수님의 사람처럼 행세하다가, 인간적으로 불리할 때가 되면, 예수님을 외면하고 변절하는 일 없게 하옵소서. 끝까지 예수님의 사람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