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3주일, 본문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구약 } 잠언 22장 1-2, 9, 22-23절 …. [1] 명예는 많은 재산보다 소중하고 존경받는 것은 금은보다 낫다. [2] 늘 상종하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이들은 모두 야훼께서 지으셨다. … [9] 남 보살펴 주는 사람, 곧 가난한 사람에게 제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은 복을 받는다. …[22] 힘없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을 털지 말며 법정에서 어려운 사람을 짓누르지 마라. [23] 야훼께서 그들의 송사를 떠맡으시고 어려운 사람 등치는 자를 목조르신다.
* = * 저는 제가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지닌 재산이 있고 없음에 따라 차별하면 안된다고 믿었고, 살갗의 색갈이 사람을 차별받게 하는 것은 죄라고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였습니다. 하루는 워싱턴 시내에서 걷고 있었습니다. 어느 길모퉁이를 돌아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주친 사람이 키도 크고 우람한 흑인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걸음을 멈추고 몸을 움추릴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 순간, 제가 얼마나 그분에게 실례되는 동작을 취했는지 깨닫고, 고개숙여 목례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날의 제 모습을 생각하며, 바로 그것이 저의 인종차별이었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그것이 무의시적 반사행동이었다 치더라도, 제 인식 속에 ‘흑인은 무섭다’는 전제를 심어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노출된 것이었다고 자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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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신 } 야고보서 2장 1, 9, 15-17절 ….. [1] 나의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주님이신 영광의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들을 차별해서 대우하지 마십시오. … [9] 차별을 두고 사람을 대우한다면 그것은 죄를 짓는 것이고 여러분은 계명을 어기는 사람으로 판정됩니다. … [15]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 날 먹을 양식조차 떨어졌는데 [16] 여러분 가운데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 배부르게 먹어라.” 하고 말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7] 믿음도 이와 같습니다.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 = * 제가 40세가 될 무렵에, 저의 선배로부터 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장애인 선교를 해 보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보통 사람들의 목회를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면서 거절했습니다.
제가 ‘보통 사람들의 목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제 인생 종국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껏 그 선배 분의 의견을 거절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분의 제안이, ‘하느님의 문 두드림’이었다는 생각에서 더욱 죄스러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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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 마르코 복음서 7장 26-28, 31-32, 34절 …… [26] 그 여자는 시로페니키아 출생의 이방인이었는데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달라고 간청하였다. [27] 그러나 예수께서는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28] 그래도 그 여자는 “ …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 먹지 않습니까?” 하고 사정하였다. … [31] 그뒤 예수께서는 띠로 지방을 떠나 시돈에 들르셨다가 데카폴리스 지방을 거쳐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 때에 사람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예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시기를 청하였다. …[34]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쉰 다음 “에파타.” 하고 말씀하셨다. “열려라.” 라는 뜻이었다.
* = * 예수님께서 진정 시로페니키아 사람들을 ‘개’로 여기신 것일까요? 그럴 리가 없으십니다. 유대 사람들의 못된 습관을 공개적으로 지탄하기 위한 ‘해프닝’이었다고 봅니다. 예수님은 인종차별도 죄요, 장애인차별도 죄로 보셨음이 틀림없습니다.
세상 살면서, 평생 차별을 당하고 살아가는 두 사람(시로페니키아 여인과 귀먹은 반벙어리 갈릴래아인)의 소원을 들어주신 예수님의 모습을 우러러보며, 가는 곳마다 차별을 당하며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해, 먼저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들이,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품고 그들에게 다가가 도우며 살기를 결단하는 오늘 주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기도> 주 하느님, 가난한 이들, 장애를 가진 이들, 인종적 차별을 받는 이들을 우리 곁에 두심은 저희로 하여금 하늘나라 백성 될 훈련을 확실히 받게 하기 위함인 줄 믿습니다. 저희가 그 소중한 훈련을 잘 받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