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앞에 겸손히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신복룡 신구약전서)

{ 서신 차용 } 사도행전 18장 22-28절 … [22] 바울로는 카이사리아에 내려(* 하선하여)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교회에 인사한 다음, 안티오키아로 내려갔다. [23] 바울로는 그곳에서 얼마 동안 지낸 뒤 다시 길을 떠나, 갈라티아 지방과 프리기아를 차례로 거치면서 모든 제자의 힘을 북돋아 주었다.

[24] 한편 아폴로라는 유다인이 에페소에 도착했는데, 그는 알렉산드리아 출신으로 지식인이며 [성경]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25] 이미 주님의 행적을 배워 알고 있던 그는 예수에 관한 일들을 열정으로 이야기하며 정확히 가르쳤다. 그러나 그는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었다. [26] 아폴로가 회당에서 담대하게 설교를 시작하자, 프리스킬라와 아퀼라가 그의 말을 듣고 데리고 가 그에게 하나님의 가르침을 더 정확히 설명해 주었다.

[27] 그 뒤에 아폴로가 아카이아로 건너가고 싶어 하자, 형제들이 그를 격려하며 그곳의 제자들에게 그를 영접해 달라는 편지를 써 보냈다. 아폴로는 그곳에 이르러, 하나님의 은총으로 이미 신자가 된 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28] 그가 [성경]을 바탕으로 예수께서 메시아이심을 입증하며, 공정하고도 확실하게 유다인들을 논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말씀 묵상 )> ( 1 )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특별히 아폴로와 아퀼라 프리스킬라 부부의 신앙인품에 관해서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아폴로는 유다인이면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살고 있었던 인텔리 계층이라고 했습니다.(본문 24절) 당시 알렉산드리아에는 지중해 연안도시들 가운데서도 이름난 박물관과 역사학, 철학, 논리학 분야의 유수한 학자들이 있었고, 유다인들의 히브리어 경전 연구에도 탁월한 지식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아폴로는 오늘의 ‘하바드 PhD(철학박사)’ 학위를 지닌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무시하지 못할 강사가 에페소에 있는 유다인의 회당을 방문하여, 메시아 대망을 비롯한 유다인의 신앙에 관하여 강론하고 있을 때에, 아퀼라-프리스킬라 부부가 조용히 청중 속에 앉아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날 회당의 집회가 끝난 후에, 이들 부부가 조용히 아폴로에게 부탁했습니다. 자기 집에서 차를 대접할 터이니 몇 시간 들러가 달라고 말입니다.

아폴로가 그들을 따라가서 보니, 그들의 집은 가죽공장이었는데, 아마도 코를 찌르는 악취와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가죽 조각들이 꿀쩍꿀적한 물기 속에서 범벅이 되어 있는 통로를 지나 방으로 들어섰을 것입니다. 아폴로는 너무나 생소하고도 지저분한 곳이어서 금세라도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그가 그 집에 손님으로 조용히 앉아 듣고 있노라니까, 아퀼라의 아내 프리스킬라가 아까부터, 뭔가 자기의 강연에서 언급했던 메시아 이론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붙여가며 부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운운’ 하면서, 그분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질문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누구냐고 물으니, 프리스킬라는 있는 힘을 다해서, 그 분이 유다인들이 고대하던 메시아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사도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끝도 없이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당대의 명문출신임을 자부하고 있던 아폴로가 할 말을 잃을 정도의 메시아론을 펼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부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던 여인이 말입니다.

그렇지만 아폴로는 끝까지 겸손하게 그의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도 손색이 없는 영적 지식을 프리스킬라에게서 그날 그는 듣고 있었습니다. 자기를, 진정 교양있게, 공석에서 논박하지 않고, 집으로 데려와, 조용히 진실을 알려준 고마운 프리스킬라-아퀼라 부부에게 그는 감사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그들 부부가 알려준 모든 진리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하여 지식으로만 쌓여 있었던 그의 연구가, 생명력을 가진 복음으로 날개를 달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의 ‘산 지식’, 곧 복음이, 당대의 한 지성인으로 하여금, 그의 지능과 학식이 널리 복음을 증거하는 데에 사용되도록 인도하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들 부부의 겸허한 섬김이 성령 안에서 작용했던 것입니다.

( 2 ) 저는 아폴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비슷한 인생행로를 거쳤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유학을 가서 성서신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와서 신학교에서 가르쳤고, 성직자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연 저에게 목회 일선으로 인사발령을 했고, 한 교회에 가서 목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성공회 도봉교회였습니다.

그 교회에서 저를, 마치 프리스킬라-아퀼라 처럼 조용히 가르친 분들이 계셨습니다. 직접 신학 테마를 들먹이며 저와 논쟁하자는 사람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받은 느낌은 말로 질문하는 것보다 더 진지하게 저의 신학적 지식을 재검토 해 보라는 질의를 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차츰 저의 신앙을 재검토하는 일에 돌입했고, 제가 은퇴할 즈음에는 ‘목회’에 대해 조금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런 성장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도봉교회를 거치지 않았던들, 저는 에페소교회를 찾아갔던 아폴로의 깨달음이 없을 뻔했던 것입니다.

~~~~~ ~~~~~

<기도> 주 하나님, 오늘도 개체교회들을 통하여 기독교의 신앙과 신학을 바로잡아가시는 성령의 역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간절히 빕니다. 이 땅의 모든 신학교들이 그리스도(구세주)를 전심으로 전하는 신학교들이 되게 하시며, 곳곳에 세워진 교회들에서 프리스킬라-아퀼라 부부의 후예들이 복음을 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힘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