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향해서 사신 일생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마태복음 17장 12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엘리야는 이미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알지 못하고, 그를 함부로 대하였다. 인자도 이와 같이,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 (새번역)

제 아들이 태어나던 날, 저는 그 핏덩이 아기를 처음 제 품에 안으면서, 마음 속에 기원하였습니다. “의를 위해 살기를..” 이렇게 빌었던 것은, 제 자신이 의를 위해 살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장차에도 의를 위해 살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제 아들이 그때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아빠나 그렇게 사세요” 했을 겁니다.

그 때가 1972년이었고, 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홍보간사로 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군사정권이 점차 불의한 통치를 노골화했고, 모든 정치인들까지 숨어들어갔던 시절, 유독 독재에 항거하던 무리들은 KNCC가 있는 종로 5가로 집중하던 때였습니다. 제가 매일 만나던 목사님들이 정보부에 연행되었고, 제 곁의 사람들마저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는 때에 제 아들은 태어났습니다.

오늘의 본문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민족지도자 세례 요한에 관해서 말씀하시면서, ‘그가 바로 내 길을 예비할 자로 예언되었던 사람이다’ 는 설명을 하실 때에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에 부가해서 ‘인자도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 하셨습니다. ‘인자’는 다니엘서(7:13)에 예언된 ‘오실 메시아’를 호칭하는 것이고, ‘그들’ 이라고 하신 말씀은 엘리야나 세례 요한을 괴롭혔던 자들을 의미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한 마디로 “메시아인 나도 악한 무리들에게 고난을 받게 될 것이다” 는 말씀이셨습니다.

예수님은 태어나시기 이전, 하늘에 계실 때부터 마음에 품으신 계획이, 이 세상에 오시면, 인류의 죄를 대속하시는 제물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겠다고 작정하고 오셨습니다. 주님도 인간이시므로 꼭 그래야 하느냐 의심하신 것 같은 대목이 복음서에 몇 군데 보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그분의 뜻을 완결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진작부터 제 아들에 대한 저의 기원을 바꾸었습니다. “부디 네가 사는 세상은 불의가 판을 치지 못해서 네가 네 수명을 다하면서 복되게 살기를 바란다” 라고 제 기도를 고친 것입니다. 불의는 사라지지 않았는데, 제 아들을 향한 저의 ‘고친 기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고친 기도를 더욱 굳세게 고수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제 아들이 의를 위해서 살고 안 사는 문제는 자기가 결정할 문제지요.

제가 걱정할 것은 제 문제이지요. 저 자신 세상이 불의한 세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상관을 안 하며 살지 않아요? 몹쓸 놈 같으니라구!

<기도> 의로운 통치자이신 주님, 주님의 제자 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성령으로 저를 인도하셔서, 주님의 형상 닮아 의롭게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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