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함과 병고침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복음 } 마태오 복음서 9장 1-8절 …. [1] 예수께서 배를 타시고 호수를 건너 자기 동네로 돌아오시자 [2] 사람들이 중풍병자 한 사람을 침상에 누인 채 예수께 데려왔다.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안심하여라.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씀하셨다. [3] 그러자 율법학자 몇 사람이 속으로 “이 사람이 하느님을 모독하는구나!” 하며 수군거렸다. [4] 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어찌하여 너희들은 악한 생각을 품고 있느냐? [5]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서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과 어느 편이 더 쉽겠느냐? [6]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음을 보여주마.” 하시고는 중풍병자에게 “일어나 네 침상을 들고 집으로 가라.” 하고 명령하시자 [7] 그는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8] 이것을 보고 무리는 두려워하는 한편, 사람에게 이런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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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묵상 )> 오늘 아침 저는 큰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갑니다. 일차진료병원 의사가 제게 큰 병원에 한 번 가서 CT촬영을 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저는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병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 할머니가 중풍이셨고, 제 아버지도 중풍이셨고 해서 저는 40이 되기 전부터 고혈압치료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인생 8학년’이어서, 전반적으로 몸이 낡아지고 있기 때문에 진단해 보나마나, 많이 고장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묵상하는 성경본문에서, 중풍병자를 만나신 예수님께서 그 환자의 병을 고쳐주지는 않으시고, “네 죄를 용서한다.” 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며 많이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병을 고쳐주시지 않고, 그의 죄를 용서하고 계셨을까? 중풍병의 병인이 죄였단 말인가? 죄의 문제가 해결되면 병도 낫는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며, 죄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라고 부탁하신 것인가?

제 묵상 가운데 얻은 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즉, 하느님께서 인류를 향하신 뜻은, 하느님과 인류(* 저 자신)의 사이를 멀게 한 죄의 장막을 먼저 거두시기를 바라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 병원을 향하는 제 걸음 걸음이 주 하느님께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시기를 비는 기도의 발걸음을 하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죄의 장막이 벗겨지고, 질병도 고침을 받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공동번역으로 본문 2절의 하반절은 “안심하여라.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는 부분이 희랍어 원문에서 “기뻐하여라, 자녀여,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 로 되어 있습니다. 공동번역이 개역과 전반적으로 의미는 같지만, ‘자녀여’ 라는 어휘가 드러나 있지 않아 섭섭합니다. 예수님께서 세상 사람들을 바라보시며, 당신의 자녀들로 보고 계셨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오늘의 본문을 읽으면서, 중풍병자가 정작 병이 나음을 받은 때가 언제였을까, 본문을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2절이었을까? 아니면, 3-5절, 곧 율법학자들이 수군거리던 때에 예수님께서 중풍병자를 조용히 고쳐 주고 계셨을까? 아니면 6-7절이었을까?

다분히 분위기로 보아서는 6-7절 어간에 중풍병자에게 ‘자리를 들고 집으로 가거라’ 하셨으며, 그 말씀에 따라 중풍병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거두어 들고 집으로 가던 때가 치유의 때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치유가 완결되던 때가 언제인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예수님께 치유를 바라고 중풍병자를 데려 온 친구들의 믿음을 보고 감격하시고 계실 때에 이미 치유는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제게는 병도 많고, 죄도 많습니다. 어차피 질병으로 우리 육신의 생명은 세상을 하직하게 마련이고, 또 죄로 인해서 영혼이 영벌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어,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영원한 나라에서 우리와 영원토록 함께 살기를 바라십니다.

사랑하는 하느님의 자녀 여러분, 우리들의 질병으로 인해서 저와 여러분의 죄의 장막이 오히려 거두어짐을 받아, 영원한 생명으로 살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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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 하느님, 저희 육신의 질병으로 인하여 주님을 더욱 가까이 뵙게 되고, 이로써 저희 자신과 하느님 사이를 가로 막고 있던 죄의 장막이 걷힘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됨을 감사드립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죄하심을 받고, 이 땅에서부터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원토록 살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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