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고독과 고통의 심연에서 구원하소서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 1 ) 욥기 3장 11-19절 [11] 어찌하여 내가 모태에서 죽지 않았던가? 어찌하여 어머니 배에서 나오는 그 순간에 숨이 끊어지지 않았던가? [12] 어찌하여 나를 무릎으로 받았으며, 어찌하여 어머니가 나를 품에 안고 젖을 물렸던가? [13] 그렇게만 하지 않았더라도, 지금쯤은 내가 편히 누워서 잠들어 쉬고 있을 텐데. [14] 지금은 폐허가 된 성읍이지만, 한때 그 성읍을 세우던 세상의 왕들과 고관들과 함께 잠들어 있을 텐데. [15] 금과 은으로 집을 가득 채운 그 통치자들과 함께 잠들어 있을 텐데. [16] 낙태된 핏덩이처럼, 살아 있지도 않을 텐데. 햇빛도 못 본 핏덩이처럼 되었을 텐데!

[17] 그 곳은 악한 사람들도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삶에 지친 사람들도 쉴 수 있는 곳인데. [18] 그 곳은 갇힌 사람들도 함께 평화를 누리고, 노예를 부리는 감독관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인데. [19] 그 곳은 낮은 자와 높은 자의 구별이 없고, 종까지도 주인에게서 자유를 얻는 곳인데!

( 2 ) 시편 88편 13-18절 [13] 주님, 내가 주님께 부르짖고, 첫새벽에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14] 주님, 어찌하여 주님은 나를 버리시고, 주님의 얼굴을 감추십니까? [15] 나는 어려서부터 고통을 겪었고, 지금까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몸이어서, 주님께로부터 오는 그 형벌이 무서워서, 내 기억이 다 쇠잔해지고 말았습니다. [16] 주님의 진노가 나를 삼켰으며, 주님의 무서운 공격이 나를 파멸시켰습니다. [17] 무서움이 날마다 홍수처럼 나를 에워쌌으며, 사방에서 나를 둘러쌌습니다. [18] 주님께서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웃을 내게서 떼어놓으셨으니, 오직 어둠만이 나의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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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없는 고독과 아픔의 심연 속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고 손을 들어 허우적거리고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의 간곡한 몸부림을, 그들의 기도를, 우리도 마음으로 그들과 합하여 하나님께 아뢰는 시간입니다.

그것이, 우크라이나 전쟁 마당에서, 흉탄이 오가는 아비규환의 나락과 같은 곳에서, 끔찍스런 핵무기의 위협마저 받고 있는 벌판에서, 허둥지둥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는 전재민일 수도 있고,

쿠데타로 권력자 자리에 앉아, 반항의 기미만 보여도 선량한 시민을 향하여 기관총을 쏘아대는 폭군 앞에, 언제 숨질지도 모르고 다만 하늘을 향하여, 만약 하늘에 하나님이 계시다면, ‘제발 불의가 판을 치는 버어마(미얀마)의 ‘킬링필드’를 굽어보시옵소서’ 라고 절규하는 이들일 수도 있고,

며칠이 지나면, 아니 몇 시간 후면, 수술실로 들어가, 깊은 마취 속에서, 모든 것을 의식세계에 맡겨 두고, 자신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 다만 하나님과 일대일로 맞서, 욥의 탄식, 아니면 마스길의 노래를 외우며, 힘든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한 중년의 환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요, 우리의 형제자매요, 때로는 우리 자신입니다. 죽음에 맞서서, 그 두려운 관문의 저편에서 만날 수도 있는, 하나님과의 최근접 거리에 이른 이들은, 철저한 고독 속에서, 다음 순간이 어떤 순간일런지,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분들이 주님만 의지하게 하소서. 하나님께서 긍휼과 자비로 그들을 고통에서 건져 주시고, 그들의 외로운 사투에 함께 해 주시기를 빕니다. 주 하나님이시여,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기도> 주 하나님, 고독과 고통 속에 있을 때에, 저희를 낳으신 어머니를 탓하지 말게 하소서. 저희를 내신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게 하소서. 저희의 존재를 통하여 저희와 함께 영원한 나라의 복락을 꿈꾸고 계셨던 주 하나님을 기억하게 하소서. 비록 저희가 생명의 조건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을지라도, 어리석게 하나님을 의심하는 일이 없게 하시며, 하나님 나라에서 영생할 약속 만을 기억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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