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 <14>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죄

<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새번역)

마태복음 23장 1-3, 5-8절. [1] 그 때에 예수께서 무리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다. [3] 그러므로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르지 말아라. 그들은 말만 하고, 행하지는 않는다. … [5]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은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은 경문 곽을 크게 만들어서 차고 다니고, 옷술을 길게 늘어뜨린다. [6] 그리고 잔치에서는 윗자리에,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에 앉기를 좋아하며, [7] 장터에서 인사 받기와, 사람들에게 랍비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8] 그러나 너희는 랍비라는호칭을 듣지 말아라. 너희의 선생은 한 분뿐이요, 너희는 모두 형제자매들이다.

* * * *

이 꾸중의 말씀을 들어야 할 사람은 저와 저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제가 한 때는 담배를 피웠습니다. 끊고 싶었지만 끊지 못했습니다. 어느 일본 교회에 강사로 가서 신앙강연을 했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사제관으로 가서, 한 연세가 지긋하신 여자신도를 만났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도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 분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 분은 자기가 평생 1차진료병원 의사로 살았다고 했습니다. “담배가 몸에 아주 해로운 것인 줄 잘 아시지요?” 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네, 잘 압니다.” 그때 그 분이 제게 “그런데 왜 못 끊으세요?”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끊기는 끊어야겠는데..” 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참으로 창피했습니다.

그때 그 신도 분이 제게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끊어야 좋은 줄 알면서 못 끊으시면, 저희에게 말씀하신 신앙강연은, 그냥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 밖에는 안 되지요? 어떻게 저희가 실천하겠어요?”

이렇게 친절한, 그리고 과감한 도전을 받고도 저는 몇 년을 더 담배를 끊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 여의사의 권유가 제게 아픈 막대기로 작용했습니다. 그후, 우리 나라가 외국에서 담배를 수입하기 시작하던 1987년, 저는 이윽고 담배를 끊게 되었습니다.

이 하나의 결행도 이렇게 힘들거든, 죄의 관습들이야 얼마나 단절하기가 힘들겠습니까? 본문에서 예수님께 꾸중을 듣고 있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표리부동한 행각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는 상세히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그들의 복식에 ‘경문 곽’(양피지에 성경구절을 써서 정육면체의 곽에 넣어 옷에 달고 다님)과 ‘옷술’(옷의 아랫자락에 좌우전후로 네 개의 옷술을 달고 다녔는데, 거기에 성구가 새겨졌음)을 늘어뜨리고 다니며, 항상 하나님의 말씀에서 떠나지 않는 생활을 한다고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옷에다 써 놓은 성구나, 그들이 말로 남에게 가르치는 거룩한 말씀들이, 그들 실제의 삶에는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예수님께서는 속깊게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실천하되, 그들의 행위는 본받지 말라”고 단언하신 것입니다.

사순절에 우리 각자가 하나님 앞에서 진정 결행할 일이 무엇인가요? 자신의 문제를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결행의 어려움만 남아 있을 것입니다. 주 성령님의 능력, 격려, 권유, 채찍, 그 무슨 도움을 받아서라도, 악의 사슬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합시다.

<기도> 주 하나님, 저희의 구원을 위하여 성령의 도움을 받게 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이 복된 사순절에 저희를 묶고 있었던 사탄의 모든 사슬에서 놓임을 받게 도와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광명한 해방과 자유를 얻게 하시고, 기쁨으로 부활절을 맞이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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