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에 따른 말씀 묵상> ……….. (공동번역성서 개정판)
{ 서신 } 베드로전서 2장 2-5, 9-10절 …. [2] 그리고 갓난아이처럼 순수하고 신령한 젖을 구하십시오. 그러면 그것으로 자라나서 구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 [3] 여러분은 이미 주님의 인자하심을 맛보지 않았습니까? [4] 주님께로 가까이 오십시오. 그분은 살아 있는 돌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께는 선택을 받은 귀한 돌입니다. [5] 여러분도 신령한 집을 짓는데 쓰일 산 돌이 되십시오. 그리고 거룩한 사제가 되어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만한 신령한 제사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리십시오. … [9]그러나 여러분은 선택된 민족이고 왕의 사제들이며 거룩한 겨레이고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두운 데서 여러분을 불러내어 그 놀라운 빛 가운데로 인도해 주신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을 널리 찬양해야 합니다. [10] 여러분이 전에는 하느님의 백성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백성이며, 전에는 하느님의 자비를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분의 자비를 받게 되었습니다. [11] 사랑하는 형제들, 낯선 땅에서 나그네 생활을 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영혼을 거슬러 싸움을 벌이는 육체적인 욕정을 멀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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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묵상 )> 어릴 적 저는 평양에서 내려와 부산으로 피난했고, ‘기류민 신고’를 했습니다. 호적이 북한에 있으니까, 다만 임시로 친척이나 지인의 집에 붙어살고 있는 거류민이라는 뜻으로, 호적 대신 ‘기류계’라는 증서를 동회에서 발부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베드로전서를 읽노라니까, 세상에서는 우리의 호적이 있든 없든 그것과는 관계 없이, 마치 일생을 나그네와 같이, 임시거주자 인생을 살더라도, 하느님께서 저와 여러분을 ‘내 백성’, 곧 영원한 하느님 나라의 백성으로 거두어 주셨다는 사실에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인생은 누구나 나그네들입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세상을 정처 없이 떠돌다, 예외없이 누구나 다 떠난다고 말합니다. 인도 사람에게 들은 속담이 있습니다. “에크 딘 삽 코 자나 헤.”(언젠가 우리 모두 떠날 것이다.)
맞습니다. 누구나 다 떠나야 하는데, 우리 하느님을 믿고 사는 사람들은 후일에 갈 곳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이 세상 순례를 모두 마치고 나면, 영원한 하느님의 나라로 들어갈 것입니다. 거기서 그립던 가족들과 믿음의 벗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을 ‘돌’에 비유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지니신 정체성이 ‘건축자가 버린 돌’(죄수처럼 십자가형을 받음)이었지만, 하느님께서 ‘살아있는 머릿돌’로 삼으셨고, 그 머릿돌 위에 세워진 교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머릿돌에 이어진 ‘살아있는 돌’ 들이라고 했습니다.
석조건물에는 수많은 돌들이 박혀 있습니다. 그 많은 돌들이 서로가 서로를 버텨 주면서 그 크나큰 건물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처럼 각자 중대한 사명을 띠고 교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정체성을 매겨 주었습니다. ‘거룩한 사제’(본문 5절)라고도 했고, ‘왕의 사제’(본문 9절)라고도 했습니다. 사제, 곧 제사장은 칼로 제물을 잡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 드려질 제물들을 곱게 잡아, 깨끗하게 제물로 제단에 올려 정해진 예법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의 정체성이 ‘제사장’이라는 말씀에 담긴 뜻은, 우리들이 안수 받은 성직자건 평신도건 간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이 하느님께 헌신하는 ‘산 제물’이 되기를 바라서, 날마다 복음을 전하기를 힘쓰고, 그들로 하여금 온전히 바쳐지는 제물이 되기까지 친절한 안내를 힘쓰는 사람들이 되라는 뜻입니다.
지퍼가 달려 있는 옷을 우리는 곧잘 입습니다. 지퍼에는 반드시 양쪽 사이를 오르내리면서 닫았다 열었다 하는 손잡이 부속이 있습니다. 그 작은 부속을 ‘슬라이더’라고 합니다. 제 가까이에 마치 이 슬라이더 처럼,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엮이도록 인도를 잘 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슬라이더’라는 별명을 드렸습니다.
‘왕의 사제’라는 영예로운 이름보다는 미약하더라도, 저도 세상 사는 날 동안 기능 좋은 ‘슬라이더’로 살아서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엮으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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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 하느님, 저희의 정체성을 분명히 알려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비록 나그네로 이 세상을 살아도, 저희의 본향이 있고, 그리스도께서 모퉁이돌이 되신 교회를 이루는, 하나 하나의 ‘산 돌’임을 알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희가 하느님의 궁전에서 ‘산 제물’들로 바쳐지는 헌신의 사람들을 위하여 매개자로 제사장이 됨을 알게 하시오니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 역할을 일생 잘 감당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